[1부] 부모의 극단적 선택이 아이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이유..'확대 자살'이 주는 경고
[탐사일보=정병호 기자] 최근 극단적 선택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미성년 자녀를 함께 사망에 이르게 하는 이른바 ‘확대 자살(extended suicide·동반 자살)’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해당 사건이 특정 계층이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반복되면서, 우발적 비극이 아닌 사회적 차원의 위험 신호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사건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 가정 단위의 위기가 사회 안전망을 통과해 외부로 표출되는 구조적 문제로 해석된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상위권의 자살률을 지속적으로 기록해왔으며, 경제·가계 부담이 심화되는 시기에는 자살 문제가 가족 내부로 흘러들어가는 경향이 확인된다.
경찰청 범죄통계 또한 가족 간 범죄 중 피의자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거나 시도하려 한 정황이 일정 비율로 반복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확대 자살의 배경에 경제적 파탄, 양육 스트레스, 정신건강 악화, 사회적 고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부모가 삶의 통제력을 상실한 상황에서는 “내가 죽으면 아이는 버려진다”는 왜곡된 보호자 인지가 작동해, 자녀를 함께 죽음으로 이끄는 형태로 이어지는 사례가 다수 보고된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 고위험 가족 조기경보시스템(Early Warning System)을 통해 정신건강·돌봄·경제 지표를 통합 분석하고, 위험 수준에 도달한 가정에 대해 정신건강·복지 분야 전문 인력이 즉각 개입하는 대책을 운영한다.
반면 한국은 학교·병원·경찰·복지기관 간 정보연계가 제한돼 있어 가족 단위 위험을 초기 단계에서 탐지하기 어려운 구조가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확대 자살이 단순한 자살이나 살인 범죄가 아니라, 가족 전체가 구조적 압박 속에서 붕괴하는 과정의 최종 단계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개인을 넘어 사회가 위험을 감지하고 개입할 수 있는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생을 마감하는 사건은 한국 사회의 정신건강·복지·안전망이 어디에서 끊어지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이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개인 중심 지원을 넘어, 가족 단위의 위험 관리 체계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경고가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