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유사종교 피해는 왜 처벌되지 않는가.. 신앙과 사기 사이에 놓인 법의 공백
[탐사일보=정병호 기자] 길거리에서 시작된 유사종교적 접근은 종종 금전 요구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같은 피해가 경찰 신고나 형사 처벌로 연결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피해자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해서라기보다, 법과 제도가 해당 행위를 어떻게 다뤄 왔는지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국내에서 사회적 논란을 불러온 유사종교 사례들은 이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거론돼 온 '신천지예수교회'와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역시 사회적 비판과는 별개로, 전도 방식이나 신앙 체계 그 자체가 형법상 사기죄로 확정된 판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신천지와 관련해 주목받았던 이른바 ‘청춘반환소송’ 역시 이 같은 법적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해당 소송은 신천지 탈퇴자들이 전도 과정에서의 신분 은폐와 생활 통제 등을 문제 삼아 제기한 민사소송으로, 하급심 단계에서 판단이 엇갈린 사례가 있었으나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로 확정됐다.
전도 방식의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법원은 이를 근거로 한 민사상 책임이나 형사 처벌을 인정하지 않았다.
JMS의 경우 교주 개인이 저지른 성폭력 범죄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됐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 범죄에 대한 형사 책임이었다.
신앙 체계나 포교·헌금 구조 자체가 사기죄로 판단된 사례는 아니다.
이들 사례는 하나의 공통된 결론을 보여준다.
사회적으로 '유사종교'로 규정된 집단이라 하더라도, 종교적 주장이나 신앙의 효험 그 자체는 형사 사기 판단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법원은 종교의 자유를 폭넓게 보호해 왔고, 초월적 효능이나 구원의 진위를 국가가 판단하는 데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이로 인해 유사종교적 접근에서 발생한 금전 피해는 법적 판단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 스스로도 '속았다'기보다 자신의 선택과 믿음의 결과로 상황을 해석하게 되고, 금전 지출 역시 '헌금', '성의', '상차림'과 같은 표현으로 포장되며 자발적 처분의 형태를 보인다.
또한 유사종교 접근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외부 차단과 시간 지연의 구조도 신고를 어렵게 만든다.
만남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일정 기간 관련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는 요구는 결과적으로 가족과 지인의 개입을 어렵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판단을 미루게 되고, 이미 들인 시간과 비용이 오히려 결정을 붙잡는 매몰비용 효과 속에서 관계를 끊기 어려워진다.
수사 단계에서도 현실적인 한계는 분명하다.
거래가 현금으로 이뤄지거나 의식·제사와 같은 포괄적 명목으로 처리될 경우 계약 관계를 특정하기 어렵다.
영적 효험을 약속했다는 점을 입증할 명확한 녹취나 문서가 없다면, 기망과 착오, 재산 처분 사이의 인과관계를 형사적으로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문제 된 다수의 유사종교 사례는 사회적 비판과 민사적 분쟁으로는 이어졌지만, 전도·신앙·의식 행위 자체가 형법상 사기죄로 확정된 경우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 지점이 바로 신고와 처벌 사이에 놓인 구조적 공백이다.
그러나 이는 사기 판단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종교 여부와 무관하게, 실현 가능성이 없는 내용을 사실처럼 제시했는지, 공포와 책임의 언어로 판단을 왜곡했는지, 외부 검증을 의도적으로 차단했는지가 형사 판단의 핵심이다.
다만 이러한 요건을 모두 충족했음을 입증하는 데에는 높은 문턱이 존재한다.
문제의 본질은 어떤 종교를 믿었는가가 아니다.
불안과 책임을 거래로 전환하는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가다.
이미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낳은 사례들조차 형사 판단에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 구조가 다른 이름과 방식으로 반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고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를 개인의 선택 탓으로 돌리기보다, 이 공백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유사한 피해를 막기 위한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