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밝은 불빛이 불편하세요?… 늘어나는 ‘빛 과민’ 현상
전문가들은 “감각 자극에 민감한 일부 사람들에게서 HSP 특성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빛·소리·사람 많은 공간에 쉽게 지친다면 HSP 증상
[탐사일보=김여름 기자] 최근 밝은 불빛 아래에서 두통과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내외 곳곳에 켜진 환한 조명이나 스마트폰 화면을 오래 바라보면 머리가 아프고 쉽게 지친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단순한 눈의 피로로 여겨졌던 증상이 자율신경계 부담과 감각 과민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도시 환경 전반이 과거보다 훨씬 밝아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상점과 사무실, 대중교통, 카페와 음식점, 주거 공간까지 환한 불빛이 일상이 되면서 낮과 밤의 경계가 흐려졌고, 뇌가 휴식 신호를 받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두통, 눈의 피로, 집중력 저하, 심하면 메스꺼움과 불안감을 경험한다.
최근에는 HSP(Highly Sensitive Person·고감각자) 성향을 언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불빛에 민감한 체질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증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HSP는 병명이 아니라 빛·소리·냄새·온도 변화 등 감각 자극을 일반인보다 더 강하게 인식하는 신경계 특성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HSP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강한 불빛이나 반복적인 시각 자극이 자율신경계를 과도하게 각성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짧은 시간만 환한 공간에 머물러도 두통과 피로가 누적되고,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밝기의 문제가 아니라, 불빛이 끊임없이 시야와 뇌를 자극하는 환경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HSP 성향은 전체 인구의 약 15~20%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도 존재했던 특성이지만 최근 들어 증상이 더 부각되는 배경으로는 과도한 조명 환경, 스마트폰 사용 증가, 하루 종일 이어지는 화면 자극 등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사람이 더 예민해진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지나치게 밝고 자극적인 환경이 일상이 된 결과”라고 진단한다.
여기에 자율신경 기능 이상이 겹칠 경우 증상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 평소에는 견딜 수 있던 불빛에도 두통과 피로가 빠르게 나타나고, 수면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경우 단순한 생활 습관 문제가 아니라 신경계가 보내는 과부하 신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불빛에 예민한 반응을 ‘유난’이나 ‘적응력 부족’으로 치부하기보다 감각 다양성의 한 형태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외에서는 조명 밝기를 낮추거나 불필요한 불빛을 줄이는 등 감각 친화적 환경에 대한 논의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밝아질수록 편리해진 도시와 달리, 일부 사람들의 신경은 오히려 쉴 틈을 잃고 있다는 점에서, 환한 불빛이 일상이 된 환경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