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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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보=정병호 기자]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하며 미성년 자녀를 함께 사망에 이르게 하는 확대 자살 사건은 대부분 단기간의 충동이나 단발적 선택의 결과로 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건이 장기간 누적된 심리적 압박과 생활 환경 악화 속에서 단계적으로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부모는 사건 이전 상당 기간 경제적 어려움·양육 부담·정신건강 악화·사회적 고립을 동시에 겪고 있었던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일상 유지가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며 삶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느끼는 상황이 반복되고, 자살 충동이 일시적인 감정 반응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문제는 이러한 판단이 부모 개인에게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모는 자신의 죽음 이후 남겨질 자녀의 삶을 함께 상상하는 단계로 넘어가며, 이 과정에서 “내가 죽으면 아이는 버려진다”는 인식에 도달하는 경우가 반복적으로 보고된다. 

이러한 판단은 단기간에 형성되기보다는, 장기간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공적 지원 체계와의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점차 강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확대 자살’이 공식 통계 항목으로 별도 집계되지는 않지만, 자살 전수조사와 사례 분석을 통해 가족 내부에서 발생하는 극단적 선택의 규모는 일부 확인된다. 

한국생명존중재단의 2013 - 2022년 자살 사망자 전수조사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타인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는 416건, 타인과 함께 사망한 이른바 동반 자살 사례는 1,519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살해 후 자살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를 분석한 결과, 가족 구성원이 피해자인 경우가 약 37%, 자녀가 피해자인 경우가 약 34%로 집계돼, 상당수 사건이 가족 내부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부모의 극단적 선택이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단위의 위기가 누적된 결과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치로 해석된다.

해외 학술 연구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확인된다.

한국을 대상으로 한 언론 보도 기반 내용 분석 연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가족 구성원을 살해한 뒤 자살한 사례는 총 426건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58% 이상이 미성년 아동을 포함한 사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의 죽음과 자녀의 사망이 동시에 발생하는 사건이 예외적 현상이 아님을 수치로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자녀를 독립된 생명 주체로 인식하기보다, 자신의 삶에 종속된 책임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경향을 보인다. 

자녀는 ‘혼자 남겨둘 수 없는 존재’, ‘함께 책임져야 할 존재’로 재정의되며, 자녀의 생존 가능성이나 대안적 보호 시나리오, 사회적 돌봄 체계는 점차 고려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제로 국내 사례 분석에서는 피해 아동 가운데 약 8.8%가 장애를 가진 아동으로 분류돼, 돌봄 부담이 큰 상황에서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은 범죄 의도라기보다는, 극단적 상황에서 사고의 범위가 급격히 축소되는 심리적 붕괴 과정으로 해석된다.

삶의 선택지가 제한된 상태에서 부모의 판단은 점차 ‘함께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수렴되는 구조를 띠게 되며, 이 과정은 단발적 충동보다는 장기간 누적된 압박 속에서 위험 신호가 적시에 관리되지 못한 결과로 나타난다.

이러한 심리 상태에 이르면 외부 개입 또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다수의 사례에서 사건 이전 부모가 상담, 복지 지원, 의료 서비스를 이용했거나 이용을 시도한 이력이 확인된다. 

그러나 지원이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거나 중단된 이후, 부모는 도움 요청 자체를 포기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이미 늦었다”, “이제 와서 달라질 것이 없다”는 인식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같은 현상은 개인의 의지 문제라기보다, 위험 신호를 분절적으로 관리하는 현재의 사회 안전망 구조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부모의 심리 붕괴는 이미 여러 단계에서 외부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해당 신호들은 경제·복지·의료·교육 체계 안에서 각각 분리돼 관리되며 '하나의 위험'으로 인식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확대 자살은 부모 개인의 선택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가정 단위의 위기가 장기간 방치된 끝에, 가장 취약한 구성원인 자녀에게까지 확산된 결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기 전 이미 다수의 경고 신호가 존재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가족 단위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개입할 수 있는 체계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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