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그물은 얼마나 촘촘합니까?

[탐사일보=김도연기자]
[탐사일보=김도연기자]

 

1. 들어가며: 투자의 서사에서 '우연'과 '필연'이 갖는 전략적 가치

'내러티브 투자' 시리즈의 세 번째 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난 글들에서 우리는 투자의 본질적인 흐름을 짚어보았습니다.

오늘은 투자라는 거대한 바다를 항해하는 이들이 가장 자주 마주치면서도, 동시에 가장 오해하고 있는 두 가지 동력인 '우연(Luck)'과 '필연(Necessity)'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망망대해 위의 사공을 상상해 보십시오. 사공이 젓는 노의 힘과 방향은 '필연'의 영역이지만, 배를 밀어 올리는 조류와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은 '우연'의 영역입니다.

많은 투자자가 노를 잘 저어서 전진했다고 믿으며 오만에 빠지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다고 하늘만을 원망하며 자포자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투자 내러티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 둘의 상관관계를 냉철하게 정의해야 합니다. 우연을 단순한 요행으로 치부하는 태도는 다가올 기회를 외면하게 만들고, 필연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은 시장의 불확실성 앞에서 투자자를 쉽게 무너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 두 요소의 균형을 올바르게 인식할 때, 우리는 비로소 시장의 변동성을 '전략적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심리적 토대를 갖추게 됩니다.

우연과 필연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을 넘어, 이를 어떻게 도식화하고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정의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  개념의 재정의: 외적인 '우연'과 내적인 '필연'

투자의 세계에서 지혜로운 자는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저는 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곤 합니다.

이렇게 도식화 해 보십시오. 우연은 외적인 것이고 필연은 내적인 것이라고 생각해 보십시다. 우연은 통제 불가능한 것이고 필연은 내재적인 것으로 조정 통제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투자로 국한해서 적용해 보면 우연은 시장상황, 의외의 사건으로 등치 시킬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필연은 개인이 통제, 조정 가능한 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통제 가능성'입니다. 시장의 급변이나 예상치 못한 거시경제의 변수는 명백히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우연'입니다.

반면, 그 파도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갈고닦는 데이터 분석력, 리스크 관리 체계,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원칙 등은 '내재적 실력'이자 '필연'의 영역입니다.

이 필연의 영역은 우리가 스스로 닦고 조이고 기름칠할수록 그에 상응하는 열매를 맺게 해주며, 불확실한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궤도 위에 올려놓는 유일한 도구가 됩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철학적 겸손함이 있습니다. 설령 나의 치밀한 계획대로 열매를 맺었다 하더라도, 그 결실의 마지막 조각에는 반드시 '운'이라는 요소가 작용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실력은 성공의 확률을 높여주지만, 결과 그 자체는 하늘의 영역임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투자자로 거듭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동안 통제할 수 없는 우연을 두려워하고, 오직 계획된 필연만을 정답이라 믿어왔을까요?


3. 인식의 전환: 무질서라는 우연 속에서 발견하는 개연성

우리가 우연을 대할 때 느끼는 근원적인 불안은 우리가 받아온 교육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사회는 우리에게 늘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빈틈없는 계획을 짜라고 가르쳤습니다.

"문제는 우연이라 함은 뭔가 무질서(혹은 탈질서) 한 것 같고 목표가 허망한 듯합니다. 나의 의지, 노력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실 수 있습니다. 오랜 기간 목표를 세우고 실천 가능한 계획을 짜는 것을 평생 교육받고 훈련되었으니까요.

게다가 그런 사람을 성공의 척도로 배웠으니까요. 그러나 우연을 만나고 우연의 바다에서 헤엄치며 즐기는 것은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더욱이 무질서란 ‘악’이란 구도 아래에서 열린 개연성으로 보기는 어려웠겠죠."

우리는 우연을 '통제 불가능한 무질서'이자 '극복해야 할 악'으로 규정해 왔습니다. 하지만 투자의 관점에서 우연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열린 개연성'의 바다입니다.

성공의 척도를 오직 '내 계획의 완벽한 이행'에만 둔다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할 때 투자자의 사고는 마비되고 맙니다.

우연을 삶의 필수적인 요소로 받아들이고 그 바다에서 헤엄치는 법을 배울 때, 우리는 비로소 시장의 소음 속에서도 평온을 유지하는 심리적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연에 대한 공포를 버렸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그 우연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실질적인 행동 지침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4. 실전 전략: 우연을 필연화하는 '촘촘한 그물' 짜기

투자의 고수와 하수를 가르는 지점은 '우연'을 대하는 태도에 있습니다.

하수는 우연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만을 기도하지만, 고수는 무수히 스쳐 지나가는 우연 중 무엇이라도 낚아챌 수 있도록 자신만의 '그물'을 짭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연으로 시작된 나는 필연을 거쳐 우연의 결론을 맞이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경주해야 할 것은 무수히 많은 우연을 필연화하고 체계화하는 겁니다.

휙휙 지나가는 우연을 얼마큼 촘촘한 그물을 짜서 내 것으로 만드느냐가 실력입니다. 이 그물은 내 의지와 노력만큼만 작품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그물의 재료로 숫자도 넣고, 시나리오도 엇대고, 인문학도 끌어들여 봅니다. 우연을 나의 수익으로 변환하기 위한 이 '그물'은 세 가지 결정적인 재료로 만들어집니다.

첫째, 숫자입니다. 이는 그물의 가장 기본적인 뼈대입니다. 데이터와 지표를 통해 시장의 객관적인 구조를 파악해야 합니다. 숫자가 빠진 그물은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집니다.

둘째, 시나리오입니다. 발생 가능한 수만 가지 우연의 상황에 대응책을 덧대는 과정입니다. 시나리오가 없다면 예기치 못한 우연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그물은 찢어질 것입니다.

셋째, 인문학입니다. 저는 이 재료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합니다. 숫자가 시장의 '골격'이라면, 인문학은 그 속에 흐르는 '인간의 내러티브'를 이해하게 해줍니다.

왜 군중은 패닉에 빠지는지, 역사는 어떻게 반복되는지, 탐욕과 공포가 만드는 서사를 읽어낼 때 그물의 질감은 비로소 촘촘해집니다.

숫자에만 매몰된 그물은 인간의 비이성적 광기가 만드는 '블랙 스완'을 걸러내지 못하는 체와 같습니다. 이 세 재료를 융합하여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 바로 무작위적인 시장의 사건들을 '필연적인 수익'으로 전환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물을 다 짰다면 마지막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 그물을 쥐고 있는 당신의 마음, 즉 '심력'입니다.


5. 결론: 불안과 흥분을 가르는 결정적 한 끗, 심력(心力)

결국 모든 투자의 여정은 겸손으로 귀결됩니다. 우리가 아무리 촘촘한 그물을 짜고 밤낮으로 노를 저어도, 어떤 대어가 그물에 걸릴지는 다시 '우연'의 영역으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투자자의 등급이 결정됩니다. 그리고 그 그물에 걸려든 우연들이 어떤 우연을 만날지, 무엇을 만들지 ‘불안하고 마음 조리’든지, ‘궁금하고 흥분될’지, 예측 불가능한 미래인지? 열린 개연성의 미래인지는 여러분의 심력(心力)이 갈라놓겠지요? 그렇지만 전자든 후자든, 모든 투자의 결과를 결국 개인 내적 힘에만 책임전가할 수는 없겠죠.

불안은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한다'는 오만과 환상에서 비롯됩니다. 반면 흥분과 기대는 '나는 준비를 마쳤으니, 이제 시장이 주는 기회를 맞이하겠다'는 열린 자세에서 나옵니다.

이러한 철학적 근력을 우리는 심력(心力)이라 부릅니다. 심력이 있는 투자자에게 미래는 통제 불능의 공포가 아니라, 어떤 가능성이 펼쳐질지 기대되는 설렘의 장이 됩니다.

물론, 모든 결과를 오직 자신의 실력으로만 돌리는 오만을 경계해야 하듯, 모든 실패를 자신의 탓으로만 돌리며 자책할 필요도 없습니다.

진정한 내러티브 투자의 완성은, 최선을 다해 필연의 그물을 짜는 '노력'과 하늘이 보내주는 우연의 결과를 담담히 수용하는 '품격'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경지입니다.

오늘부터 당신만의 재료로 더 촘촘한 그물을 짜보시길 권합니다.

그 그물에 걸려들 미래의 우연들이, 불안이 아닌 눈부신 기쁨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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